피부 재생 vs 피부 흉터
피부에 생기는 흉터 (scar)란 피부가 손상되어 이를 복구시킨 뒤 영구적으로 지속되는 피부의 변형을 말합니다. 엄밀히 흉터는 병이 아니고 정상적인 피부 반응입니다. 피부가 손상되어 찢어지고 피가 날 경우 생명체는 두 가지 방법으로 이에 대해 대처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손상된 피부와 동일한 특성과 모양을 지닌 피부를 재생시키는 방법입니다. 이를 재생 (regeneration)이라고 합니다. 두번째는 손상된 피부와 다른 단단하고 붉은 피부 조직으로 손상된 피부를 빨리 메꾸는 방법입니다. 이게 흉터 형성 (scar formation) 입니다.
해삼은 신체의 상당 부분이 잘려나가도 완벽히 복원시킬 수 있습니다. A pictorial quotation from https://nv.wikipedia.org
연체 동물, 양서류와 같은 하등 생명체의 경우 흉터 형성보다는 재생의 방법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심지어 다리나 꼬리가 잘려도 그대로 다시 형성됩니다. 하지만 사람과 같은 고등 생명체의 경우 재생 능력보다는 흉터 형성이 주로 사용됩니다. 사람은 사고로 다리가 잘린 뒤 몇 년이 지나도 다리가 다시 자라지 않습니다. 사람 피부의 경우 작거나 얕은 상처는 재생의 방법으로 회복하지만 크거나 깊은 상처는 흉터 형성의 방법으로 회복합니다. 엄마 뱃속에서 인류의 수 백만년 진화 과정을 10개월만에 거치는 태아는 재생 능력이 우수하여 흉터가 잘 생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재생 능력은 태어난 뒤 점점 소실됩니다.
흉터가 생존에 유리한 점
여러모로 흉터보다는 재생이 더 좋아보이는데 사람이 진화 과정에서 왜 재생이 아닌 흉터 형성의 방법을 사용하게 되었는지는 여러 가설이 있습니다. 생존을 위해 동물을 사냥하는 원시인을 상상해보겠습니다. 사슴을 쫓던 원시인이 계곡에서 굴러 떨어져 다리에 깊은 상처를 입습니다. 항생제도, 소염제도 없던 시절이니 이 상처가 빨리 아물지 않으면 이 원시인은 감염과 염증으로 곧 죽게 될 겁니다. 모양이 울퉁불퉁하고 붉더라도 흉터라는 단단한 벽을 빨리 만들어 외부에서 균과 이물질이 피부 내부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합니다. 피부가 예쁘게 재생되는 것은 생존에 중요한 요소가 아닙니다. 완벽한 조직 재생에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에너지 소모도 큽니다. 적은 에너지로 빠르게 상처를 막는 흉터가 재생보다 좋은 점은 여기에 있습니다. 현재는 항생제도 있고, 적절한 상처 치료를 받을 수 있으므로 피부는 굳이 흉터를 만들지 않고도 감염을 막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현대인의 몸은 아직도 동굴에서 살던 원시인의 몸과 생물학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피부는 여전히 미용이 아닌 생존을 위해 흉터를 만들며 빠르게 상처를 아물게 하고 벌어진 피부를 닫습니다.
다음에는 흉터가 생기는 이유를 의학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신효승, M.D., Ph.D. 피부과 전문의, 의학박사 마포공덕 에스앤유 피부과 홈페이지 www.laserdoctor.co.kr 블로그 reslab.blog.me 병원 www.allskin.co.kr 온라인 상담 www.allskin.co.kr/community/consult |